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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2학년 꼬마애도 용돈 이천 원을 탈탈 털어 경험해 본 로또를 나는 아직 한 번도 안 해봤다. ‘노동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한탕주의에 동참하지 않겠다’ 는 뭐 이런 거창한 차원에서가 아니다. 순전히 나 개인의 역사성으로 봐서 확률이 없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6년 내내 같은 곳으로만 가도 김밥과 사이다가 있어 마냥 좋았던 소풍! 그 소풍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보물찾기다. 하지만 빠른 순발력으로 언제나 남들보다 한 발도 아닌 서너 발씩 앞질러 가며 찾아도 보물은 단 한 번도 내 차지가 된 적이 없었다. 세월이 흘러 인터넷 시대가 도래하면서 사이트에 가입만 하면 경품을 주는 곳이 생겨났다. 이런 경품에는 왠지 마음이 동해 어떤 사이트인지도 모르면서 마구 가입해 한때는 삼십 여 군데도 넘은 적이 있다. 그러나 이것 역시 헛수고였다. 이러다보니 아예 복권이란 말에는 뒤돌아보지 말아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오직 내가 노력한 만큼만 내 것이다! 하고 이를 악물었다. 남들이 구두쇠라고 하건 융통성이 없다고 하건 개의치 않았다. 그냥 개처럼 열심히 일하고 주머니에 한 번 들어온 돈은 그대로 은행에 갖다넣었다. 그렇게 젊은 날이 가고, 중년이 지났다. 아이들은 아버지의 구두쇠 정신에 오만상을 다 찡그렸고, 아내는 “아유 징그러 징그러!” 하며 이혼 직전까지 갔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어느 날, 큰애가 장가를 갔다. 나는 절대 집은 사주지 않겠다고 맹세했지만 첫 손자 녀석이 남의 집에서 눈치를 보며 자라는 것을 보니 나도 모르게 은행으로 발걸음이 옮겨졌다. 매일 허름한 작업복으로 은행창구만 들락거리다 오랜만에 새 옷을 입고 거액을 인출하러 갔더니 머리가 훌러덩 벗겨진 은행장이 버선발로 달려나와 나를 맞았다. 그리곤 내게 물었다. “회장님! 왜 갑자기 돈을 빼가려고 하세요, 저희도 최고의 이율을 보장해드리겠습니다.” 돈을 갖다 넣기만 하고 찾아간 적이 없는 나를 아마 어느 기업체 사장으로 착각을 한 모양이었다. 나는 그냥 웃었다. 인생이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젊어서는 늘 ‘나는 재수가 없는 사람이야, 도무지 되는 일이 없어!’ 하고 불평만 하고 살았는데, 어느 순간 묵묵히 일만하며 살다보니 이렇게 대접이 받는 때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어쨌든 내 집을 장만한 아들며느리가 90도 각도로 고개를 숙이며 날마다 효도경쟁을 벌이고, 마누라는 “당신 건강이 제일이에요” 하며 시시때때로 애교를 떤다. 로또같은 복권에 마음 쓰며 시간을 보내기 보단 몸으로 부딪히며 살아온 인생. ‘1+1=2’ 라는 수리개념에서 한 치도 벗어나 보지 못한채 살아온 내 인생이 이제 부끄럽지 않다고 말한다면 사람들은 나를 바보라고 말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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