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 목사에게 사춘기를 맞은 중학생 딸이 있었다. 딸은 밤늦게 나쁜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고, 거짓말을 하고, 나중엔 반항하며 말대꾸까지 했다. 목사는 다른 죄인은 다 용서해도 자기 딸만은 도저히 용서하지 못할 것 같았다. 딸은 그런 아버지를 위선자라고 생각했다. 목사의 딸은 아버지의 직업이 목사라는 게 싫었다. 학교에 가면 친구들이 “아버지가 목사여서 좋겠다. 가만히 있어도 돈이 저절로 굴러오고, 일안해도 신도들이 다 같다주니 얼마나 좋니 부럽다 얘” 하고 놀려댔다. 딸은 그 소리가 너무나 듣기 싫었다. 더구나 개척교회를 열고 있는 아버지는 언제나 초라한 모습이어서 딸은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친구들에게 들키는 것이 싫어 아버지가 보이지 않는 곳으로 멀리 돌아다녔다. 직장을 다니다 뜻한 바 있어 다시 신학대학에 들어가 목사가 된 아버지는 평생을 검소하게 봉사하며 살고자 했다. 그러나 자식이 있는 한 그렇게 산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무엇보다 내 자식에게는 잘 먹이고 잘 입히고 싶었으니, 그런 마음을 누르고 가난한 자들과 함께하기로 했을 때의 고통은 자신만이 삭여야할 몫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식들은 그런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 때로는 ‘내 자식을 올바르게 이끌지 못해놓고 어떻게 신도들에게 설교를 할 수 있는가’ 하는 회의가 밀려들었다. 사춘기에 들어선 딸은 모든 게 다 불만스러웠다. ‘기도한다고 다 이루어진다는 말은 거짓말이야, 그러면 왜 아빠는 하느님께 재산을 불려달라고 기도하지 않는 거지? 하느님이 그 기도를 들어주신다면 나는 공주처럼 살 수 있을텐데, 그러면 나를 괴롭히는 친구들 코를 납작하게 해줄 수 있을텐데…’ 딸은 날마다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러다보니 두 손 모으고 기도만 하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이 더할 수 없이 무능해보였다. 좋은 옷도 입고 싶고, 외국으로 유학도 가고 싶은데 아버지에게 말해보았자 돈이 나올 것 같지가 않아 딸은 어느 날 가출을 하고 말았다. 네온이 반짝이는 도시의 밤거리는 휘황찬란하고 세상은 꿈속 동화나라처럼 화려해보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이내 돈이 떨어졌다. 갈 곳도 잘 곳도 없었다.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고 시험은 검정고시를 치러 외국으로 유학을 가겠다는 꿈은 그야말로 꿈에 불과했다. 하루하루 생을 이어간다는 자체도 힘겹고 버거웠다. 편의점에서 밤늦도록 일을 해도 방세내기도 급급했다. 그래도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다. 자신의 뜻이 옳았다는 것을 아버지에게 보여주고 싶어 이를 악물고 버텼다. 그러던 어느 날 아르바이트를 하는 슈퍼 창고에 물건을 가지러 혼자 들어갔다가 상자가 떨어져 바닥에 깔리고 말았다. 소리를 질러도 밖에선 들리지도 않았고, 무거운 상자에 점점 숨이 막혀왔다. 그 순간 딸의 머릿속에 제일먼저 아버지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하느님 살려주세요, 모든 것이 하느님 손에 있음을 믿나이다. 살아서 아버지께 죄를 씻을 기회를 주세요!…”. 병상에서 어렴풋이 의식이 돌아왔을 때 딸은 자신의 손을 잡고 기도드리는 아버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눈을 뜨지 않으려 했지만 자신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은 막을 수가 없었다. 아버지의 기도는 간절하고도 처절하게 병상을 울렸다. “하느님 제 딸을 살려주세요, 모든 것이 하느님의 손에 있음을 믿나이다. 살아서 제가 이 아이에게 지은 죄를 씻을 기회를 주셔야 합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