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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뒤에 어머니는 서 계셨다. 어머니는 늘 마음이 앞서 뒤뚱거리는 발걸음에 밟히기도 하던 들길이나 밭둑의 민들레꽃으로 웃고 계셨다 낯선 거리에서 종종 가슴에 주먹질을 하며 취한 얼굴이 조금씩 일그러질 때면 어머니는 고향 초가지붕 박꽃으로 미소 짓고 계셨다 조롱조롱 매달린 것들, 젖배 곯은 막내까지 실하게 익후어 보내려고 끝가지 붙들고 있던 것들, 서리 허연 허공인 줄 알면서도 허공으로 걸어간 메마른 길들, 뒤쫓아 가듯 손덩굴을 뻗어 쥐려다 눈앞이 캄캄해진다 휘청거리는 몸으로 어무이―, 간절히 부르며 돌아보았을 때 어머니는 먼 먼 등꽃으로 피어 있었다. 구불구불 먼 길 오는 동안 등 한 번 따뜻하게 대주지 못한 설움이 북받치는 날엔 어머니 걸어가신 들찔레 숲을 밤새 헤매기도 했다 새벽녘 서늘하게 귀밝아 오는 날이면 산너머 기적소리가 아련히 은빛 물 흐르는 소리로 들려오고 어느 때부터 그 하얀 기적소리가 두 줄기 허허로운 길을 내 몸에 내고부터 어머니는 가끔 찾아가는 산길 들국화로 피어계셨다 약력: 1957년 영동 출생, 1992년 ‘새농민’에 시 당선, ‘농민문학’ 으로 등단. 시집:『별은 어디에 있을까』(2005), 『그녀와 허수아비』(20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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