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은인이자 연인인 판사의 명예회복을 위해 영혼을 불사른 어느 여인의 죽음이 최근 프랑스인들의 가슴을 적시고 있다.
1987년 프랑스 리용의 형사담당 소장판사인 순애보의 주인공 필립. 평소 매춘문제에 관심을 갖고있던 그는 밤에는 홍등가에 나가 매춘부 계도에 나서곤 했다. 그의 노력으로 거리의 여인 몇몇은 새 삶을 살게 되었고 나중에 그의 운명이 될 ‘마리’를 만나게 된다.
평소 포주에게 심한 학대를 받아온 마리가 하루는 목숨마저 위태로운 긴박한 상황에 처하자 그에게 구원을 요청했고 필립은 마리를 자신의 집으로 피신시켰다. 조직을 끼고있는 홍등가에서 마리를 구해내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그는 혼신의 힘을 다해 그 검은 세계에서 그녀를 탈출시키는데 성공했다. 그러자 격분한 포주와 그 조직들은 그 판사를 가만두지 않았고 결국 필립은 당국의 징계조사위에 회부되었다가 1년간의 조사 끝에 해임되고 말았다.  징계위는 그의 인간애와 청렴결백성은 높이 샀지만 사적인 활동에 판사의 권한을 남용했다는 이유를 들어 그를 해임한 것이다. 
 해임 당한 필립 판사는 점점 좌절에 빠졌다. 아무리 옳은 일을 했다곤 하지만 직업마저 잃고나니 과연 자신이 한 일이 잘한 일인가? 하는 회의를 가져왔다.

그렇게 필립이 실의의 나날을 보내고 있을 때, 악의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온 마리가 그에게 다가간다. 그저 은인에 대한 고마움으로, 아니 한 인간의 불행을 흘려버리지 않고 자기 일처럼 뛰어들었던 판사에 대한 존경과 고마움으로 마리는 필립의 뒤에서 보이지않게 헌신하며 그를 보필했다. 그리고 그의 재기를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그러는 동안 필립은 신분의 차이를 넘어 마리의 그 순수한 사랑에 마음이 끌렸고, 둘 사이엔 사랑이 싹트게 된다.
필립은 재기를 위해 억울함을 호소하는 탄원서를 내며 긴 법정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몇 년, 오랜 기다림 끝에 1995년 법무장관으로부터 복직 약속을 받아내게 되었다. 그러나 프랑스의 조기총선으로 정권이 바뀌면서 그 약속은 물거품이 되버리고 말았다.
1997년 마리는 필립의 복직에 자신이 걸림돌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떠날 것을 결심한다. 또 그의 깊어지는 사랑이 너무 과분하게 느껴져 마리는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그의 곁을 떠난다.

필립은 마리의 진심을 이해하며 반드시 사랑도 이루고 복직도 이루겠다는 결심으로 단식투쟁에 들어갔다. 이에 법무부 측에선 복직을 검토하겠다는 약속을 하게 된다. 그러나 당국이 차일피일 시간을 끌자 멀리서 필립의 모습을 지켜보던 마리는 참을 수가 없어 결국 필립 옆에서 함께 단식을 벌인다. 그래도 법무장관으로부터 답변이 오지 않자 마리는 결국 사랑을 위해 최후의 길을 선택하는데, 단식으로 극도로 쇠약해진 상태에서 수면제를 먹은 것이다. '필립의 복권에 장애가 된다면 나는 없는 사람으로 해주세요‘ 라는 유언을 남긴 채.

그녀의 운구가 있던 날. 파리엔 비가 내렸다. ‘저는 한낱 창녀일 뿐, 제게 미안해 할 필요없어요….’ 그녀가 필립에게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라디오에선 록오페라 ‘노트르담 드 파리’의 노래가 흐르고 필립과 마리가 못다 부른 세레나데는 온 파리 시민의 가슴을 적셨다. 그러나 아직도 필립의 법정싸움은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