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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한달중 제일 기다려지는 용돈받는 날이었다. 그날따라 더욱 기다린 까닭은 수학여행 준비로 용돈을 좀더 넉넉히 받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내 손에 쥐어진 돈은 평소와 다를 바 없는 3만원. 참고서 사랴, 학용품 사랴. 정말 3만원 가지고 무얼 하라는 건지. 또 이틀 후가 수학여행 가는 날인데 평소처럼 용돈을 적게 주는 엄마가 미워서 나는 마구 투정을 부리곤 집을 나섰다. 수학여행 때는 평소에 쓰던 가방 가져가기도 민망하고, 신발도 새로 사고 싶었는데…. 나는 가난한 우리 집과 특별한 날에도 돈을 더 주지 않는 엄마가 원망스러웠다. 학교에 도착하니 불편한 내 속을 긁기라도 하듯 짝꿍은 수학여행갈 용돈을 넉넉히 받았다며 자랑을 했다. 또 은근히 라이벌인 미숙이도 나 보란 듯이 여행갈 때 어떤 옷을 입고갈 거라는 둥 아빠가 용돈을 배로 주셨다는 둥 으스대며 잘난 척을 했다. 학교가 파하자 짝꿍이 “나 오늘 수학여행 떄 가져갈 거 사러 가는데 같이 안갈래?" 하고 물었다. 친구들에게 기죽기 싫었던 나는 나역시 살게 많다며 의기양양하게 따라나섰다. 그리곤 “마음에 드는 게 없네”하며 도도한 척 아이쇼핑만 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나는 괜히 화가 나서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한 30분 후 다시 벨이 울렸다. 또 엄마였다. 나는 핸드폰을 꺼버렸다. . 이래저래 심란하고 스트레스가 쌓여 친구들과 마구 수다를 떨며 돌아다녔다. 밤늦게 친구들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는데 웬지 아침에 엄마에게 마구 화냈던 생각이 떠올랐다. 생각해보니 신발도 그렇게 낡은 것도 아니고, 가방은 옆집 언니에게서 빌릴 수도 있는데 고생하는 엄마에게 너무 심하게 한 것 같아 마음에 걸렸다. 집에 가면 제일 먼저 엄마에게 ‘잘못했다’고 말해야지 하며 서둘러 벨을 눌렀다.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아참! 엄마가 오늘 일 나가는 날이었지. 집으로 들어가자마자 습관대로 텔레비전을 켰다. 드라마가 나와야 할 시간에 뉴스가 흘러나왔다. 뉴스 속보였다. 이게 웬일인가. 내가 자주 타는 대구 지하철에 불이 났다는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불타 죽었다는 보도가 연이어 터지고 있었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엄마는 돌아오질 않았다. 웬지 불안한 마음이 엄습해왔다. 엄마에게 전화를 하니 통화연결음만 이어졌다. 몇 번을 걸어도 마찬가지였다. 불안한 마음에 수화기를 내리고 꺼버렸던 핸드폰을 켰다. 음성메시지 두 통이 와있었다. 엄마가 보낸 거였다. ‘용돈 넉넉히 못 줘서 미안하다. 쇼핑센터 들렀다 가는 중이야. 신발하고 가방샀어.’ 가슴이 울컥하며 눈물이 핑돌았다. 다시 두 번째 음성을 들었다. ‘미안하다 저녁에 돈까스 해주려고 했는데- - -이 가방도 못전하겠다 - - -너무 뜨거---사랑하는 내딸아 - -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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