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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마을에 자신의 운명을 놓고서 끊임없이 불평을 늘어놓는 사내가 있었다. 그는 만나는 사람이 자신보다 조금이라도 운이 좋아 보이면 상대방과 자신의 인생을 바꾸고 싶어 했다. 그가 보기에 세상에는 자신보다 형편없는 삶을 사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어느 날 천사가 사내를 찾아와서 소원을 한 가지 들어주겠노라고 했다. 사내는 이 기회에 자신의 운명을 바꾸고 싶었다. 천사가 말했다. “당신이 가지고 있는 문제들을 남김없이 자루에 담아서 마을 밖으로 가져가시오. 그리고 나서 그곳에 쌓여있는 문제가 들어 있는 다른 자루 가운데 하나를 마음껏 골라 가지시오." 사내는 천사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자신의 문제들을 자루에 담고는 신나게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걸음을 옮길 때마다 자루가 조금씩 무거워지는 것 같았다. 결국에는 걸음을 떼기가 어려울 정도로 자루가 무거워졌지만 자기 것보다 가벼운 것으로 바꿀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억지로 걸음을 옮겼다. 사내는 힘든 걸음을 옮기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예쁜 부인을 가진 정육점 주인, 커다란 저택을 가진 구두쇠 노인, 그리고 마음 내키는대로 돌아다닐 수 있는 봇짐장수. 이제 자신도 문제를 모두 털어내고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고 생각하니 발이 붕 뜰 것 같은 기분이었다. 사내는 드디어 마을 어귀에 도착했다. 천사의 말대로 그곳에는 마을 사람들이 가져온 자루들이 수북했다. 그는 자신의 것을 자루더미에 미련없이 던져버리곤 다른 자루들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들어보고 비틀어보고 눌러보고 또 굴려보았지만 어떤 것을 골라야할지 쉽게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둘째 날이 되었다. 여전히 사내는 자신에게 꼭 맞는 자루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다시 열심히 골랐다. 점심때가 지나서야 겨우 자신에게 어울릴 것 같은 자루 하나를 골라냈다. 다른 것들보다 무게가 가볍고 내용물도 훨씬 적어보였다. 사내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자루를 둘러메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천사는 빙긋이 웃음을 지었다. 자루는 거짓말처럼 가벼웠다. 사내가 자신의 것을 메고갈 때는 곧 쓰러질 것처럼 무거웠지만 지금은 아무 것도 담기지 않은 것 같았다. 사내는 나는 듯이 집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문을 박차고 들어서자마자 자루를 식탁에 내려놓았다. 자루가 정육점 주인의 것인지 아니면 부자 노인의 것인지 몹시 궁금했다. 들뜬 가슴을 겨우 진정시키며 사내는 떨리는 손으로 자루를 열었다. 그러나 사내는 그 자리에서 기절할 것만 같았다. 그 자루는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자신의 것이었던 것이다. 그 많은 자루들 중에서, 고르고 골랐던 자루가 바로 자신의 자루였다니…. 사내는 오랫동안 말없이 앉아있었다. 자신이 그토록 힘들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자루가 다른 인생의 자루들에 비해 가장 가벼웠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은 것이다. 이후로 사내는 누구를 만나도 자신의 인생을 바꾸겠다는 말을 하는 법이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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