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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이천에 사는 김점순 할머니 집 현관은 늘 열려있는데, 그 현관에 걸린 액자엔 이런 글이 새겨져 있다. "여기 들어오는 모든 이에게 평화" 신실한 천주교 신자로 '마리아'란 영세명을 갖고 있는 할머니는 평생 결혼을 하지 않은 채 세 딸과 두 손녀를 키워냈다. 젊은 날 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 지역의 소외된 주민들을 조사하며 일과를 보낸 할머니는 어느 날, 결손 가정에서 자라던 일곱 살 난 여자아이를 보호시설로 보내기가 너무 안 됐다는 생각에 잠시 집으로 데려와 함께 지낸 것이 평생을 미혼모로 지내게 된 동기가 되었다. 일정시간이 지나 보호시설로 보내려 했을 땐 아이도 정이 들어 눈물을 감추지 못했고 할머니 역시 도저히 그냥 보낼 수가 없어 자신이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결혼도 하지 않은 처녀가 아이를 입양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학교 갈 나이가 된 아이는 당차게도 그녀를 엄마라고 불렀고, 그런 아이와 함께 지내는 동안 세상 재미 가운데엔 자식 키우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려움이 따랐지만 할머니는 더 많은 아이들 속에서 부대끼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둘째는 보호시설에 있던 아이를 데려왔다. 넉넉한 살림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집이 그 보호시설 보다는 낫지 않겠나 싶어서였다. 셋째를 데리고 온 것은 우연이었다. 둘째를 데리고 나오는데 보호시설 한귀퉁이에서 너무나 부럽고 간절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눈이 있었다. 무심히 집으로 돌아왔지만 그 눈길이 밟혀 다시 그곳에서 셋째를 입양했다. 그러나 키운 아이들 가운데 이 셋째가 가장 말썽을 많이 피웠다. 언니들과 싸우곤 다른 곳으로 가겠다고 억지를 부리기도 하고 실제 가출도 감행하곤 했다. 할머니는 그 때마다 편지를 보내거나 선물을 사들고 가서 다시 아이를 데려왔다. 성질이 괴팍해 늘 갈등을 일으켰고 속을 섞이긴 했지만 그 때문에 할머니의 마음은 좀처럼 셋째에게서 떠나질 못했다. 남남인 네명의 여자가 엄마와 세 딸로 한집에서 부대끼며 때론 웃고 때론 울며 세월이 갔다. 둘째가 대학을 진학했고, 첫째와 셋째는 고등학교만 마치고 직장을 잡아 떠나갔다. 사회복지사로 일해 해마다 1만 명쯤 되는 아이들이 버려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할머니는 퇴임을 하자 다시 아이 두 명을 더 입양했다. 이번엔 딸이 아닌 손녀로 데려온 것이다. 부모없이 전전하던 아이와 정신지체가 있어 버려진 아이였지만 할머니는 그렇게라도 하는 것이 사회에 조금이나마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전쟁 때도 아니건만 우리 주변에는 순간순간 아이들이 버려지고 그중 열에 일곱명이 외국으로 입양돼 지금도 고아수출국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는 것을 할머니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다섯 아이를 기르는 동안 늘 가슴은 조마조마하게 죄며 살았다. 아이들 마음에 행여 상처가 될까봐 새 학기가 되면 꼭 담임교사를 찾아 신경을 써줄 것을 부탁했고, 도시락엔 늘 맛있는 반찬을 넣어, 아이들이 일부러 도시락 뚜껑을 열어놓고 밥을 먹으라 이르기도 했다. 이제는 손녀들 대학 뒷바라지에 여념이 없는 할머니에게 세 딸이 생일케이크를 들고 들이닥쳤다. 그리곤 고맙다는 말도 드릴 수 없을 만큼 사랑하고 존경한다며 마구 볼을 부비며 끌어안는 딸들에게 할머니는 만면에 웃음을 띠며 말했다. “평생 너희만한 애인을 만난 적이 없단다. 너희들 때문에 내가 열심히 살았던거야 이것들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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