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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겨울, 나는 해외 자원봉사에 다녀왔다. 몇 년 째 취직도 안되고, 배운 건 써먹을 데가 없고, 아르바이트로 동분서주 하며 희망을 붙들기도 너무 지겨워 차라리 그냥 한강에 뛰어들어? 하는 생각이 굴뚝 같았지만 고향에 계신 어머니 생각이 앞을 가렸다. 아직도 이 자식이 굉장히 출세해서 돌아올 줄 믿고 있는 엄마, 사법고시라도 합격해서 금의환향 할 것을 기다리는 가족들에게 어떤 유서를 써야할까를 생각하며 울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공부보다 급한 것은 생활비. 군대까지 갔다온 놈이 언제까지 부모도움을 받는단 말인가. 그러나 생활비도 만만찮았다. 적금하나 넣고, 방세, 식대비 그리고 피해갈 수 없는 각종 공과금을 제하고 나면 아르바이트로 충당하기엔 너무나 생활이 빠듯했다. 그나마 고정으로 일하던 자리마저 문을 닫자 나는 걷잡을 수 없는 좌절감에 빠져들었다. 출세를 위해 공부한다는 것이 사치스럽게만 느껴졌고, 다시 고향에 손 내밀기도 너무나 염치가 없었다. 적금을 깨서 생활을 하다보니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기분이었다. 차라리…. 술이 떡이 되도록 마신 채 한강 고수부지에 서서 차가운 겨울 강을 바라보는데 문득 ‘해외자원봉사자 모집’이란 프랭카드가 다리 난간에 펄럭이는 것이 눈에 띄었다. ‘그래 차라리 어딘가로 한번 떠나보자…’ 그렇게 짐을 싸들고 터어키의 말라티아에 도착했다. 초중고가 모두 함께있는 어느 학교로 갔다. 우선 영어시간에 들어가 수업(꼭 가르치기보다는... 학생들과 대화)을 했다. 물론 우리도 원어민이 아니지만, 학생들은 학교에서 배우는 영어를 써먹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무척 좋아하는 눈치였다. 대화하는 건 서로 힘들었지만 어느 한 쪽도 영어를 완벽하게 하는 것은 아니기에 바디랭기지로 갖가지 말를 대신했다. 또 식당에서도 일했다. 식당에서 식사 준비하고, 학생들이 다 먹은 후 치우고 바닥도 청소하고. 유치원아이들도 돌보며 아이와 같은 정신연령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보다 나를 많이 깨우친 것은 바로 ‘한국전쟁 참전용사’와의 만남이었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있기까지 그분들이 얼마나 많은 땀과 눈물을 흘렸는지, 배로 28일이나 걸리는 먼 이국까지 와 목숨을 걸고 싸우신 그분들께 저절로 감사함이 느껴졌다. 모두 열아홉 분을 만났는데 그 중 7명이 돌아가셨다고 했다.(이 분 가정에선 부인과 아들을 만났다). 대부분 그리 넉넉지 않은 생활이었지만 우리를 형제처럼 반겨주었고, 없는 살림에도 좋은 음식을 대접하려 애쓰는 모습에 가슴이 찡했다. 잘사는 우리가 잊고 사는 전쟁을, 잊혀진 과거들을 그들이 어렴풋이 기억해내며 정확한 발음으로 인천, 부산, 대구, 대전, 수원 등을 발음했을 땐 우린 끝내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6만6천명이나 되는 터키의 젊은이들이 우리를 위해 싸웠고, 이제는 자식이나 손자같은 우리의 방문만으로도 고마워하고 반가워하셨던 그분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다짐했다. 하루하루를 뜨겁게 살리라고. 좁은 시야로 현실에 급급해 살기보단 좀 더 넓은 세상을 꿈꾸며 보람있게 살아가겠다고. 이젠 어떤 일도 용기있게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실망하고 지내기엔 세월이 너무 빠르지 않은가. 역시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마음의 호수에서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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