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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사랑, 영동... 가을이 익어 가던 9년 전 어느 날, 서른 몇 해의 서울생활을 청산하고 충청북도 영동이란 곳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낯설음, 어색함으로 마음이 꽁꽁 묶여진 나는 바깥 세계와는 문을 닫고 영동읍 부용리의 어느 작은 아파트에 둥지를 틀었다. 외출이래야 고작 딸아이 유치원 배웅과 마중, 그리고 장에 나가 생필품과 푸성귀 등을 사는 게 전부였다. 유난히도 하늘이 높고 맑았던 어느 날, 장을 보기 위해 읍내를 걷는데 눈에 번쩍 들어오는 풍경 하나가 있었다. 그것은 거리의 가로수 전부가 감나무였다는 것. 익을 대로 익어 땅에 떨어진 붉은 홍시와 알록달록 곱게 물든 감나무 이파리들이 내 시선을 붙들고 놓지를 않았다. 유별나게 홍시를 좋아했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고, 영동천에 둥둥 떠다니던 가을빛 감이파리 들은 시골집 넓은 대청마루와 따뜻한 차 한잔의 그리움을 갖게 했다. 아! 그래서 감고을이구나.. 그리고 아홉 해가 지난 지금, 감나무를 보며 꿈을 키웠던 시골집으로 이사를 왔다. 높고 푸른하늘이 마당가득 열려있고, 기와 지붕아래 대청마루와 툇마루 쪽마루가 있으며, 애자가 이어진 서까래가 세월의 풍상을 말해주는 양산의 한 고가에 터를 잡았다. 그리고 마음이 시릴 때 내다보는 뒤뜰에는 초록이 살아 숨쉬는 텃밭이 있고, 장독대가 나란히 친구가 되어주고 있다. 난 그 텃밭에 처음으로 고구마를 심었다. '아! 집안에서 고구마를 캐먹을 수 있다니..' 이사하던 날의 내 감상은 비로소 내 삶이 바로 이곳에 안착을 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나의 사랑, 영동의 감고을 이야기는 시작되었고, 오늘도 또 내일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내 삶의 한 부분 눈이 부시게 빛이 나는 일이란 걸 믿고 있다. 지금은 힘주어 말할 수 있다. 나는 감골마을에 사는 산골 아낙이라고…. ※ 이순실 (자유기고가) 교통방송 등에 ‘농촌이야기’를 보내고 있으며, 현재 양산의 마당넓은 집에서 3남매를 키우며 글을 쓰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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