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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요일 아침! 늦잠도 자보고 맘껏 기지개도 펴보며 모처럼 마음의 여유를 가져본다. 화단에 핀 자주빛 국화와 석류나무의 노란 잎들이 가을의 향기와 정취를 듬뿍 안겨주고, 먼 산에서는 지난 여름 그토록 싱그럽고 푸르던 산하가 흡사 불이 활활 타는 것과 같이 형형색색으로 변해 이 산 저 산에서 손짓하며 유혹을 한다. 아침을 먹으면서 "가을 여행"을 가자는 내 말 한마디에 남편과 아이들은 박수를 치며 쌍수로 좋아들 한다. 우리가족은 목적지도 정하지 않고 그냥 무작정 차가 가는대로, 산이 부르는 대로 정처없이 길을 떠나기로 했다. 그렇게 계획없이 떠나는 가을여행이 참으로 즐겁기 그지없다. 미리 계획을 세워 떠난다면 도시락 걱정, 옷차림 걱정 등으로 자유를 만끽하지 못하고 출발했을 터인데, 오늘같이 계획없이 출발을 하니 마음이 새털처럼 가벼워 날아 갈 것만 같은 기분이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이런 테마여행을 꿈꾸곤 했었다. 이렇게 빈손으로 떠나서 배고프면 언제든지 멋진 곳에 차를 멈추어, 추어탕 한 그릇이라도 따끈하게 먹은 후, 커피 한잔과 함께 가을 노래를 들으면서 떨어지는 낙엽을 바라볼 수 있다면 그 얼마나 좋을까! 하고 말이다. 오늘 여행은 아이들의 소란 때문에 생각만큼 그런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그런대로 운치가 있어 좋고, 아이들과 함께 자연으로 돌아가 가을단풍 속에 동화되어 한 가족을 만들어 보니, 그 또한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한참 길을 가다가 강과 갈대가 어울려져 있는 아름다운 강둑이 있어 길을 멈추어 본다. 갈대와 억새는 비슷하게 생겨서 항상 구별하기가 쉽지 않은데, "억새는 주로 들과 산에 피는 식물로 우리가 등산할 때 보는 것이 억새이고, 갈대는 물가에 무리지어 자라는 여러해살이 풀이며, 뛰어난 수질정화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최근에 발견되어, 오염된 호숫가나 강가에 심어 수질을 개선하고 있다."라는 글을 어디서 본 기억이 난다. 이곳은 인공적으로 심어진 것이 전혀 아니고 자연 그대로 생겨나 마치 한 폭의 수채화처럼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고도 남는 것 같다. 가을 강물은 색만 달리한 것이 아니라 한층 더 성숙해진 푸근함을 주고, 인생의 희로애락을 알아버린 듯한 농익은 성숙함으로 다가오는 듯 하다. 그 모습이 너무 예뻐서 추억의 한 페이지를 담기 위해 우리는 가족사진을 여러 장 찍었다. 엄마와 딸, 아빠와 아들 이렇게 찍어도 보고, 엄마랑 언제나 개구쟁인 아들과도 찰칵해보니 행복한 순간이 된다. 어렸을 때는 아빠와 다정했던 딸아기가 사춘기가 되면서부터는 아빠하고는 좀 어색해하며 무엇을 물어도 반항적이며, 때로는 신경질을 부려 가끔 속상해곤 했는데, 오늘은 아빠랑 다정하게 손잡고 어린아이처럼 해맑은 얼굴로 웃고 이야기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내 마음이 갑자기 따뜻해지면서 이것이 인생이구나 싶다. 가을 햇살이 내리 비쳐 가랑잎들은 하얗게 보이는 것을 보고 아들녀석은 마치 눈처럼 보인다며 아우성이고, 딸아이는 산에 있는 바위들이 꼭 장승같이 보이기도 하며, 어떤 바위는 호랑이 모습을 하고 있다며 신기해한다. 나와 남편에게는 40세가 넘어 바라보는 자연이라서 그런지 30대와 또 다른 무엇이 있는 것 같았다. 철없을 때에는 그냥 단풍으로만 보이던 나뭇잎이 지금은 어쩌면 저리도 고울까? 어쩌면 이리도 아름다울까 하는 감탄사가 절로 쏟아진다. 혹자는 ‘자연이 아름답게 보이기 시작하면 나이를 조금씩 먹어가는 징조’라고 했는데 정말 맞는 말 같다. 젊었을 때는 꿈과 희망이 하늘을 치솟는 패기가 있기에 자연의 순리를 크게 인식하지 못하고 살지만, 나이가 한 살 한 살 먹어 가면서 자연의 섭리처럼 인생은 열광하는 삶보다 한결같은 삶이 더 아름답고 사람에게는 누구에게나 배운다는 진리를 알게 되는 것 같다. 부족한 사람에게는 부족함을 배우고, 넘치는 사람에게는 넘침을 배우는 겸허한 자세가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라는 것을 조금 씩 조금 씩 터득해 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글쓴이: 김옥순 <농민문학> 신인상으로 등단, <행우문학> 수필부문 우수상 제1회 감고을백일장 입상, 영동문인협회원 (용산 매금보건진료소 근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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