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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엘 갔다. 힘든 일을 끝낸 후 목욕탕에 가서 흐른 땀을 씻어낸 후 뜨끈한 사우나에 몸을 맡겼을 때, 그때의 상쾌함이란…. 마침 토요일이라 목욕탕은 매우 붐빈다. 이제 갓 돌 지난 아기부터 학생들, 주부들 모든 연령대가 다 있다. 모녀간인지 고부지간인지 나이 든 할머니를 젊은 여자가 정성들여 씻겨주는 모습이 사우나 창 너머로 보인다. 노년의 육체와 성숙한 여인의 육체가 아주 대조적이다. 그 모습이 보기 좋아 난 오랫동안 지켜보았다. 비너스 조각과 로댕의 늙은 노파 조각상이 떠오른다. 젊은이는 아름답고 늙은이는 볼품없다. 봄날 새싹 같은 어린이와 꽃봉오리 같은 소녀들과 오월의 장미같이 눈부신 젊은이들! 나에게도 저런 시절이 있었던가. 전후 세대가 다 그렇듯이 우리는 암울한 시대를 극복하느라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우선은 굶주림과 가난에서의 탈출이었다. 그때 나는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내가 나이 들었을 때의 모습을 그려보는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내일은 오늘보다 가난에서 벗어나 있기를, 희망으로 다가가 있기를, 아름다움으로 한걸음 더 가까워져 있기를…. 오귀스트 로댕은 1840년대 사람이다. 그 시절 로댕은 노파의 조각상 제목을 ‘겨울’이라 표현했다. 겨울! 늙은 여인은 사계절 중 겨울인 것이다. 로댕이 활동하던 시대에 겨울로 표현한 여인은 몇 살쯤이었을까? 그때 그 여인은 아마도 내 나이쯤 아니었을까. 얼굴에 책임지라는 불혹을 넘긴지가 언제인가. 이제는 로댕의 겨울처럼 얼굴이 아닌 몸에 책임을 져야하는 나이다. 거울을 마주한 채 웃어보고 찡그려 보고 근엄한 표정도 지어본다. 어떤 모습도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다. 내 또래들과도 비교해 본다. 다 거기서 거기다. 이 나이에 그럼 그렇지. 무아의 경지 속에 때를 밀며 남은 세월을 생각해본다. 슬펐건 기뻤건 지난날은 다 무효다. 할 만큼 한 일도, 할 만큼 한 고생도 다 무효잖아. 앞으로는 기쁘고 즐거운 일만 생각해야지. 옆구리에 삐져나온 살도 나를 더욱 온화하게 만들기 위함이라고, 시간의 압박 속에서도 배우기를 멈추지 않겠다고, 뿌연 증기 속에 아른거리는 거울 속 ‘나’를 바라보며 다짐한 말이다. - 민영이(전 영동문인협회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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