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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문득 엄마가 이제는 계시지 않는다는 걸 느낄 때가 있다. 시끄러운 소리에 잠을 깨어보니 자명종만 울리고 있을 때, 느지막히 집에 돌아와도 여전히 어둡기만 한 거실을 바라볼 때, 방에 불을 켜두고 잠이 들었다 깨도 여전히 꺼지지 않은 형광등을 볼 때, 이젠 더 이상 집에 오시지 않는 동네 아주머니들을 길에서 마주칠 때, 가신지 벌써 2년이 되어도 문득문득 엄마가 그리워지게 하는 그런 순간들이다. 나는 몸살에 걸렸다. 집에 들어와 고개만 꾸벅거리고는 곧장 방에 들어가 자리에 누워버렸다. 내 이마를 짚어주던 따뜻한 엄마 손이 그립다. 당신이 그리도 아프셨으면서 그저 하루 이틀이면 나아질 내 이마를 말없이 쓰다듬어주시던 엄마. 엄마가 암 이었던건 한참 후에나 알았다. 그저 조금, 이번엔 그저 평소보다 조금 더 아프실 뿐이라고 큰 걱정 없이 이리저리 놀러 다니기만 좋아했던 나. 언젠가 병원에서 엄마와 함께 전설의 고향을 보면서 “이제 엄마도 저렇게 가게 되겠구나” 하던 말만으로도 짐작을 했어야 하는 건데…. 자식은 다 그런 존재인가 보다. 죽었다 깨나도 부모마음을 알 수 없는 것, 어른들 말처럼 내가 자식을 낳아서 똑같이 겪어봐야 알게 되나보다. 그렇게 내리내리 자식에게 갚으며 부모 빚을 갚는 거라고 어느 스님이 말씀하셨다. 장례식 때 어른들이 말씀하시던 “산사람은 살아가게 마련이라” 던 말을 더 이상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내 기억 속에 엄마는 언제나 그림자처럼 내 뒤에 서 있다. 사람은 나이 든다고 철들지 않는다. 세월이 가도 엄마 없는 하늘은 언제나 나를 어린애처럼 울먹이게 한다. 그러나 이대로 영원히 애처럼 구는 것은 엄마를 욕되게 하는 것이리라. 엄마가 그토록 원했던 내 모습. 당당하고 자신 있게 인생을 살아가라던 엄마의 유언을 되새기며 나를 추슬른다.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을 되돌려 용기 있게 살아가는 내 모습을 엄마에게 보여드리면 좋으련만. 내 지갑 속에 언제나 환하게 웃고 계신 엄마. 언젠가 엄마 따라 시장에 갔을 때, “등 좀 펴고 다녀라”시며 등을 치시던 엄마의 손. 다시 그 손에 내 등짝을 세차게 얻어맞고 싶다. 갑자기 등짝이 얼얼해지며 콧등이 시큰해진다. 터지는 눈물을 꿀꺽 삼키며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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