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노트 PHP

공자와 자로
신갑선(영동예총 회장)

하루는 공자가 제자들과 언덕 위에서 쉬다가 자로더러 목이 마르니 물을 떠 오라고 일렀다. 언덕 아래로 한참을 내려가서 물을 떠가지고 와서 스승께 바치니 물에 먼지가 들어갔다고 다시 떠오라고 했다.
“그 까짓 먼지 정도야 후후 불어내고 마시면 될 것을 이 더운 날씨에......”
투덜거리며 다시 언덕 아래로 내려가 물을 떠오자 이번에는 자로의 땀방울이 빠졌다며 퇴자를 놓았다. 그러기를 서너 번 자로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화가 머리끝까지 벋쳤다.
스승이고 뭐고 돌이라도 있으면 한 대 후려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자로의 속마음을 훤히 꿰뚫고 있던 공자가 말했다.
“자로야! 남을 죽이는 방법에는 세 가지가 있다. 그 첫 번째는 돌이나 몽둥이로 때려죽이는 방법으로 이는 제일 하책이며 그 다음이 세치 혀끝을 놀려 남을 죽이는 방법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제일 가혹한 방법은 붓끝으로 남을 죽이는 일이다.”
요즈음은 대중매체가 워낙 발달해서 신문이나 TV 뿐만 아니라 인터넷 등에 어떤 이야기가 실리면 금세 사방으로 그 소식이 퍼져나간다. 만약 그 이야기가 사실이고 개인의 사생활 또한 해치지 않는다면 별 문제가 없겠으나 어떤 허위사실이 유포되어 한 개인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힌다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소위 악풀이라고 해서 연예인들에게 전혀 사실무근인 내용을 퍼뜨려서 당사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주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현상을 바라보는 일이 딱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악풀 달기를 즐겨하는 이의 심리적 바탕에는 마치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처럼 남이 잘되면 질투와 시기를 하는 바르지 못한 마음씨가 깔려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특히 문자로 기록된 내용들은 사람들과 주고받는 말과 달리 그 파급 범위의 시간적 공간적 영향이 매우 크다. 이웃이 잘되면 축하해주고 함께 기뻐해주는 아름다운 마음씨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이를 부정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고자하는 그릇된 심성을 갖지 않음이 세상을 바르게 살아가고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한 방편이 아닌가 생각한다.

■ 2011-06-08 (수) 16:10 ( 710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