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미쳐서 살아가는 존재다. 어떤 이는 낚시에 미치고 어떤 이는 시나 음악에 미치고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모두 미쳐서 살아간다. 우리가 무엇에 빠져들고 무슨 일에 종사를 하면 반쯤은 미쳐야 일도 제대로 되고 사는 맛도 난다. 그런데 미쳐서는 안 되는 분야가 있다. 도둑질, 싸움질, 도박질 따위가 그것이다. 더구나 개인이 미치는 일은 그 한사람의 문제로 끝나지만 국가나 단체가 미치면 큰일이다. 모두 합쳐봐야 22만 제곱킬로미터밖에 안 되는 나라를 남북으로 허리 뚝 잘라놓고 그 반쪽마저 영호남으로 나뉘어 싸움질에 미쳐 있다.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20~40대와 50~70대가 SNS 진보세대와 중장년 보수세대로 나뉘었다니 세대차는 어느 시대나 있어왔지만 요즘의 차이는 때로 밥통싸움으로까지 비화돼 정말 우려스럽다. 젊은이와 부모세대가 일자리와 복지를 놓고 반목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브라질은 축구에 미쳐 국민을 하나로 묶고, 프랑스는 예술에 미쳐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데 이렇게 멋지게 미치는 일이라면 바람직한 일이 아닌가. 손바닥 만한 땅덩어리의 우리나라가 뭣하나 뚜렷한 자원도 없이 이만큼 사는 것은 오로지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인적자원이다. 이 아까운 인적자원들이 화합하고 힘을 모아도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든 세상인데 서로 편 가르기나 하면서 싸움질에 미쳐 있는 오늘의 정치행태를 보면 심히 염려가 되지 않을 수 없다. 혹시 문학이나 예술을 한다는 사람들 중에 서로 편 가르기와 싸움질에 탐닉하여 자신의 예술성을 갈고 닦는데 게을리 하는 이는 없는지 되돌아 볼 필요도 있을 법하다. 그런 사람들 작품이나 예술 활동을 보면 정말 딱한 생각이 든다. 중이 염불할 생각은 않고 잿밥에만 빠져있다면 그런 중이 읊조리는 염불이 어찌 중생들을 감동시키고 서역정토하고 왕생극락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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