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군이 인근지자체들과 공동으로 사용할 대형화장장 건립을 추진하면서 해당지역 주민들과의 합의나 공청회 등 여론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고 사업을 추진해 집단반발을 사고 있다. 양강면 만계리 이장 정용훈(48)씨와 주민들은 지난달 27일 영동군을 방문하고 "지난 여름 심천·양산·학산면 등 4~5개 후보지를 선정하고 최종 입지를 검토한다는 소식은 지역신문을 통해 알았으나 만계리로 결정됐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며 “TV 뉴스를 보고서야 우리 동네에 화장장이 들어설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주민들은 또 “4개 지자체가 공동 사용하는 대형 화장시설을 주민에겐 알려주지도 않고 밀어붙이는 것이 민의행정이냐"며 “군에서는 군민 90%가 찬성한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찬성하는 지역에 화장장을 만들라”고 항변했다. 만계리 주민들은 "농사를 짓고 사는 시골마을에 대형화장장이 들어설 경우 동네 이미지 훼손은 물론 생계 타격과 재산권 피해, 영농 차질 등 각종 불이익을 겪을 게 뻔하다"며 "해당지역 주민과 일언반구도 없이 추진하는 대형 장사시설 조성계획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했다. 특히 과일농사와 곶감생산을 생업인 이 지역에 화장장이 들어설 경우 주민들이 화장터에서 나오는 공기를 마셔야 하고, 분진가루가 내려앉은 과일과 곶감을 어떻해 판매할 수 있겠냐고 호소했다. 정구복 군수의 공약사업인 화장장 건립은 매장 위주의 장사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군내 화장장이 없어 경북 김천시의 화장시설을 이용해야 하는 주민 불편을 덜기 위해 군이 추진한 사업이다. 2015년까지 국비 37억원과 지방비 260억원을 들여 28만9천㎡ 규모의 장사시설을 조성키로 하고, 지난해 타당성용역을 발주했다. 그러나 이 사업은 지난해 11월 행정안전부의 투융자 적격성 심사에서 해당지역 주민과 군의회의 동의 절차를 먼저 거치라는 주문과 함께 반려됐다. 군은 두 달이 넘도록 계획을 끌어안고 있다가 언론 보도로 조성 예정지가 알려지는 바람에 만계리 주민들의 집단민원에 부딪힌 것이다. 군 관계자는 “만계리로 최종확정된 것은 아니고, 공사가 진행되면 분진 등 피해가 없도록 최신기술을 도입하고 혐오감이 없도록 시공할 계획”이라며 “이 마을을 포함해 주변 마을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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