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근리 사건 희생자 추모제가 26일 황간면 노근리 쌍굴다리 현장에서 5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했다. 6․25전쟁 및 노근리 사건 발생 54주년을 맞아 거행된 행사는 영동예총(지부장 이명섭)이 주관하고 충북도와 영동군이 후원하는 행사로 마련돼 추모식과 문화공연으로 이어졌다. 노근리사건대책위 정은용 위원장은 “당시 참혹한 상황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소년, 소녀들이 어느 덧 노년에 접어들고 당시의 기억들도 점점 스러져가고 있다”고 안타까운 감회를 피력한 뒤 “뒤늦게나마 노근리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되어 추모사업이 시작되고,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의 젊은이들이 찾아오는 성지가 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정구도 부위원장은 대책위 활동 경과보고를 하는 자리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이 발표한 추모비 건립과 장학사업은 3년 반이 넘었지만 시행되지 않고 있는 것은 미국 정부가 노근리 사건 추모사업을 통해 한국전쟁 당시 미군에 의해 저질러진 살상사건 60여건에 대한 면죄부를 받으려고 고집하기 때문”이라며 “미국은 노근리 사건의 진실을 정확하게 밝히고 성의있는 추모사업을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기념행사 후에는 영동문인협회 회원인 박화배, 민영이, 이미경씨가 각각 노근리 사건을 주제로 한 추모시 낭독과 이화여대 강상곤 교수(테너)의 추모 노래, 이수초 합창단의 6.25 노래와 비목이 메아리쳤다. 또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마련한 강영애씨 외 4인이 펼친 진혼굿은 참석자들의 마음을 엄숙하게 사로잡았다. 아울러 이날 추모제 참석자들은 행사장으로 사용된 굴다리 공간이 협소하고 주차공간이 없어 도로 양쪽에 주차하는 바람에 일반 차량들까지 큰 불편을 겪었다. 한 주민은 “노근리 행사는 앞으로 인근 폐교인 노송초등학교에서 개최해 행사의 내실을 기하고 주민불편을 최소화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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