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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태산 영국사 봄맞이 길

봄을 시샘하는 꽃샘바람이 아무리 거세도
봄은 멀지않는 곳에서 이미 꽃을 피울 준비를 다 하고 있습니다.
지난 겨울의 추억이 아무리 혹독했어도,
계절은 어김없이 순환하며 생의 눈물겨움을 훈훈하게 감싸줍니다.
상대적 빈곤감에 허기진 삶들이
밤이면 TV를 벗 삼고, 낮엔 휴대전화에 귀를 막으며
남루한 자신을 감추지만,
마음을 열고 저기 봄이 오는 산등성이에 서면
못견디게 살고싶은 바람이 온몸을 휘감아 돕니다. 그래서,
'살아야겠다’고, 가슴뛰는 일을 해야겠다는 참살이의 답을 얻게 되지요.
찌부둥한 몸을 털고 가까운 산에 한번 올라보세요.
봄을 안고오는 산바람이 생에 물기가 돌게 해줄 것입니다.
영동의 산들은 참 든든하고 수려하고 아름답습니다.
크게 높지도 낮지도 않으면서 포근하게,
때로 넉넉하게 우리를 받아줍니다.
인도에서는 나이 오십을 '산을 바라보는 나이'라고 한다네요.
나이가 든다는 것은 등산을 하는 것과 같다고 합니다.
오르면 오를수록 숨이 차지만 시야는 점점 넓어진다는군요.
거기 산이 있어 그냥 올라도,
산은 무언의 언어로 우리가 가야할 길을 보여주지요.
전국에서도 유명한 '천태산'에는 지금,
봄을 터트릴 꽃망울들 사이로
연둣빛 물감들이 안개처럼 풀어지고 있습니다 …….

■ 2006-03-16 (목) 19:01 ( 457 호)